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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현실이 되는 순간에도

15번째 항암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지 3일이 지나가고 있다. 빗물이 고인 바닥에서 미끄러져서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에 큰 혹이 생겼다. 식구들이 '아빠는 유리몸이야, 조심해야지' 라는 핀잔이 싫지 않다. 자꾸 생각과는 거꾸로 가는 몸에 짜증이 난다. 내가 나를 감당하지 못할까봐 겁도 난다. 그러는 나에게 '당신이 감당 못하면 우리가 감당해, 어떤 모습으로라도 우리 곁에 있어줘' 라고 말이 엄청난 용기가 된다. 몸 컨디션과 마음 컨디션이 정상인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오후에 퇴근하는 아내를 데블러 나가는데, 영랑호의 배경이 되는 雪嶽의 울산바위가 그림이다. 카메라를 꺼내지도 못하고 자연이 만든 그림에 눈호강만 하고 있는데 雪嶽山冊에서 일하던 은지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이 멋진 풍경에서 ..

금요일(8월4일)에 퇴원했다. 커튼으로 막힌 1坪 그 안에 갇혀서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열흘을 보냈다. 커튼으로 막힌 1坪 나에게는 그것도 넓다. 병상 한쪽 구석에 누워 마음속으로 갇혀간다. 커튼으로 막힌 1坪 소리는 막을 수 없어서 안타까운 소리 불편하고 거슬리는 소리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다. 수국의 계절이다. 토요일은 너무 더워서 집밖을 나서지 못했다. 10일동안 빠진 근육을 회복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들었다. 일요일 아침 아내를 츨근을 라이드하고 구름에 해가 가리웠길래 우산을 들고 영랑호반길로 나갔다. 수국의 세상과 설악과 영랑이를 나를 반겨 주었다. 오후에 결국 비가 내린다.

내가 죽고 싶은 그곳에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 장마전선이 백두대간을 힘겹게 넘다가 산너머에 멈추었다. 흩어져 설악을 넘은 구름은 뭉게 뭉게 하늘 도화지를 채운다. 영랑호에 원앙 한쌍이 나란히 물길을 만들며 서로의 곁을 지켜준다. 설악은 덩달아 자신의 속모습까지도 맑은 날씨에 드러내보인다. 이빨 보이지마 !!! 내가 죽고 싶은 곳이 이곳이고, 나는 이곳에서 살고 싶은 삶을 살고 싶다. 어떤 사람이 시한부판정을 받았다는 말만 듣다가 막상 내가 그 말을 들었더니 정신이 없다. 도데체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친 것들이 허사였다니. 온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 나가는 것 같다. 그래도 기운 차리고 영랑호반길로 나선다. 832.